
유다 x 정다
이런영웅은 싫어
-미애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콰직. 무너져버린 건물 아래에는 그저, 다른 이를 먼저 대피 시키다가 처참히 깔려버린 그 만이 남아있을 뿐. 이어지는 커다란 울음 소리와, 그 곳으로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에 스푼 사원들은 그저 아이를 말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아직 무너지고 있어. 위험해질거야! 그치만 저기에 오빠가! 아이의 눈물에도 더 이상의 피해자는 나와서는 안되니 최대한 아이를 말리는 것 밖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내, 건물이 전부 무너져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기 전엔 적어도, 적어도 그의 손은 보였는데.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이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고,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아이는 고장 난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Post Apocalyptic」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 나, 오빠가 말한대로 연예계로 진출해도 될까봐. “
“ 뭐, 곧 인류는 멸망하겠지만. “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분홍빛 머리칼을 베베 꼬며 웃는 모습만은 흡사 천사와도 같아 보이리라 생각되어서, 그 주인을 자세히 살펴보자면ㅡ 분명 아까 쓰러졌던 그 아이. 다소 보랏빛이 도는 눈 색을 가진 아이는 그 앞에 묶여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환히 미소지었다. 이내 손가락을 허공에서 두어번 휘젓자, 나타난 건 아까의 모습으로 건물 밖으로 나오려던 남성과, 그런 남성을 짓눌러버린 커다란 건물을 다시금 그의 눈에 보여주었다. 이내 작게 쿨럭-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듯 하더니 아이는, 아니- 다솜은 검은색 피를 토해내었다.
“ …아- 요즘 건강이 좀 안좋아지긴 했어. 그치? “
“ 그래도 꽤 유용하잖아. 그 바보들… 내 특기가 뭔지 알면서도. “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말이야. 그러니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거겠지. 어느새 보랏빛이 완전히 빠져 제 원래 눈색일 터인 분홍빛 눈동자가 나타나자 으르릉, 흡사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은 것을 내며 그는 다솜을 노려보았다. 이 사람은 분명, 아까 죽었을 터인 인물, ‘유다’. 뭐, 설명은 간단했다. 다른 이의 능력을 카피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와, 그 아이가 사랑하는 포크 엔터테인먼트의 사장님. 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응? 다솜이 환히 웃으며 말 하여도 유다는 인상을 풀지 않았다.
“ 화가 나면 특기가 사라진다라… 참 괜찮아. 그치? 평소라면 쉽게 풀어버렸을 밧줄로도 그렇게 끙끙매고 있잖아 오빠. “
“ 아, 걱정 마! 나 백모래 씨에게서 꽤나 괜찮은 선물도 받아버려서 말이야. “
“ 오빠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
다솜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동그란 유리구슬 같은 것을 꺼내었다. 뭐라했지, 완벽이라나? 백모래 씨는 사랑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잖아. 나도, 좋게보였나봐. 주절주절 여러가지 이야기를 내던 다솜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멈췄다. 흘러나오는 유다의 목소리로 인해.
“ ―너, 미쳤어? “
유다의 가히 매력적이라 평가되는 목소리가 방 안에 조용히 울리자 다솜이 조금은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금 제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와 오빠 말 해준거야? 유다의 질문은 게의치 않고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기쁜지 마냥 싱글벙글 웃더라. 그러고는 총총걸음으로 그에게로 다가가서 그의 밧줄을 풀어주며 환히 웃었다. 자, 답답했지? 밧줄 풀어볼게. 그러니까 더 말해 줘. 그런 밝은 표정도 여의치 않고 어두운 표정의 그는, 싱글벙글 웃는 아이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깜박깜박, 두 눈을 깜박이던 아이는 완벽을 손에 꼬옥 쥐고서 고개를 기울이며 그런 그를 바라보았지. 왜, 그래 오빠?
“ 미쳤냐고 물었어. 은비단은 어디있어? “
눈을 깜박이는 내내 웃는 얼굴이였던 다솜이, 들려오는 이름에 처음으로 인상을 굳혔다. 허, 지금 그 이름이 왜 나와? 완벽이 빛나자, 아이를 벽에 몰아붙인 것이 무색하게 유다의 몸이 붕 떠올랐다. 아이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그런 그를 벽으로 몰아, 아니. 쾅―! 처박았다고 표현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의 화가 진즉 풀리지 않았더라면 분명 큰 일이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신이 진정했으니까, 그렇게 물어봤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어. 오랫동안 그를 보고, 바래왔던 다솜은 생각만큼이나 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완벽을 꽈악 쥐고서 아이는 그에게로 서서히 다가갔다.
“ 잘 들어. “
“ 은비단? 살아있어! 그 종족이 어떻게 죽겠어. “
“ 인류가 모두 죽게 되더라도 그 종족만큼은 살아있을거야. 단, 이 곳에는 없어. “
아까 환각 봤지? 무표정으로 꽤나 섬뜩하게 말하던 아이는 히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은비단은 오빠가 죽은 줄 알고 있어. 그리고, 오빠의 죽음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아. 인간이 죽는 건 당연한 이야기니까. 다른 누군가가 다솜의 눈을 본다면 ‘소름 돋는다’ 라고 표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눈을 한 아이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쓸었다. 은비단 뿐이겠어? 나가 오빠도, 다나 언니도. 그 누구도! 더 이상 오빠를 찾지 않아. 찾을 수 없어. 이미 죽은 사람보다야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 사람이 우선인 건 히어로에게 정말, 정말! 당연한 이야기니까.
“ 인류가 멸망한다는 건 확신 된 사실이야. 그치? 뭐어, 나가 오빠 정도라면 살아남을지도 모르지. “
“ 하지만 우리는 아니야. “
나는 당신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 그치 오빠? 그러면 적어도, 있잖아 적어도-!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내가 오빠를 가질 수 있어야 공평하지 않아-?! 아이는 꽤나 절박한 듯 소리쳤다. 무엇이 아이를 그렇게나 절박하만게 들었는지, …는 뻔하지. 그런 다솜의 모습을 보고 그는, 생전 처음으로 공포란 것을 느꼈다. 적어도 그간에는 이 녀석이 이렇게나 큰 힘을 얻지 못했고, 얻었다 한들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제대로 사용도 하지 못하고 색이 빠지기 마련이었는데 백모래 그 놈이 쓸데없는 짓을 해서… 그 놈은 내 인생에 도움이 안돼 정말. 따위를 생각하며 그는 머리를 굴렸다. 절박한 상황에서 얻은 강함이야 말로 실로 두렵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 어떻게 해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니 최소한 어떻게 해야 아이를 설득할 수 있을까.
“ ……원하는 게 뭔데? “
그가 입을 떼자 아이가 오-? 하고 눈을 빛냈다. 말 하면 들어줄거야? 그리 말 하듯이 반짝반짝, 아까의 죽은 생선과도 같던 눈빛과는 확실히 다른, 평소의 아이와도 같은 그런 눈빛. 한 차례 안도 한 유다는 아이가 입을 떼기만을 가만히 기다렸다. 재촉하면 분명 화내겠지.
“ 나 원하는 거, 큰 거 아닌데. “
“ 말 했잖아. “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는 오빠랑 함께 있고 싶다고. “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다. 괜히 물어봤어. 따위도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이의 소망은 평범하고, 또 작았다. ㅡ말 그대로야. 우리는 곧 죽게 되겠지? …적어도, 그 전까지만이라도 오빠랑 단 둘이만 있고 싶어.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안도해야할지, 긴장해야할지 제대로 감도 못 잡은 채 유다는 천천히 다솜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가 그간 저에게 손을 뻗을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완벽을 쥐고 있음에도 혹시나 그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할까 괜히 두려워져 다솜은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이어져 오는 것은, 생각 외로 따스한 손길.
“ …그래. “
생각 외로, 조용한 울림.
“ 너한테도, 한 번쯤은 선물이 필요했을텐데. “
생각 외로, ……들리지 않는 그 이름.
어쩌면, 맞아 은비단은 나를 절대 돌아봐주지 않아. 차라리 얘가 나을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알고 있어,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아이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날 돌아봐줬구나. 오빠, 오빠.
“ ………내가, 마지막까지 행복할 수 있게 해줄게. “
“ 내 곁에서 떠나지만 않는다면, 마지막까지 그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게 해줄게. “
쿠구궁,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진을 예고하는 울림이란 걸 알아챈 유다는 꽤나 다급하게 그런 다솜을 끌어안았다. 지금 이럴때가 아니야, 여기서 나가야한다고. …그러나 애석하게도, 황홀경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그의 울림이 닿을리가 없었다. 아, 오빠한테 안겨있어. 이렇게나 따스한 느낌이었어. 늘 궁금했어. 다솜을 안고 어디로든 가보려고 시도했지만 생전 처음 보는 건물에서, 무얼 해야할지도 모른 채 유다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젠장, 이제와서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진작에 많이 안아줄 걸. 건물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자 유다는 상당히 착잡한 얼굴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이내,
조용히 아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 …미안하다. “
“ 그래도, 마지막은 행복한 모습이여서 다행이야. “
완벽이 있다 한들 이 아이가 결계를 제대로 칠 수 있을리가 없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 어설프게 치더라도… 완벽이 먼저 깨져버릴지도 몰라. 그렇다면 이 녀석이 원하는 대로 마지막은 함께인 게 나을수도 있겠지. 그래도 말야. …난 늘 너를 아프게 할 뿐이었으니까, 마지막은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 오빠. “
“ 응 “
“ 사랑해. “
“ ……. “
“ 나도. 라고 안 해줘도 돼. “
“ ―사랑해. “
아까같은 환각이 아닌 현실, 생생히 느껴지는 고통.
그 아래 미미하게 느껴지는 달콤쌉싸름한 향
그런 것을 느끼며, 두 사람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받는 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