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우지마 치아키×모모이 사츠키
쿠로코의 농구
-류아키★륭키
그 정말로 짧은 순간이 일어난 일이었다. 한 달 전부터 이유 모를 바이러스에 좀비가 생기기 시작했고 좀비와 살아 있는 사람과의 생존을 위한 이야기가 그와 동시에 시작되었다. 물론 한 달 전 상황에 따라 함께하던 사람이 달라 몇 명은 아는 사람 몇 명은 전혀 모르는 사람, 좀비가 되어 혼자가 된 사람 등으로 나뉘게 되었다.
좀비들이라는 괴생명체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같은 팀으로 만들 정도로 믿음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불신의 감정이 생겨났다.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는 좀비들의 습격은 점점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현재 상황이 되었다.
좀비로부터 모모이와 함께하던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코우지마는 좀비에게 물리고 만 것이었다. 좀비에게 물리면 그 사람도 좀비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좀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코우지마를 버리고 가려는 걸 모모이가 자기 때문에 좀비가 될 거라고 생각해 곁에 남게 되면서 둘을 남기고 모두가 사라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물린 팔만 욱신거리고 좀비가 되지 않았던 모습에 둘은 희망을 얻은 것일까. 내성이 있다. 면역력이 있다. 어쩌면 인간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물린 곳은 최대한 할 수 있는 치료를 끝내고 붕대를 감고 그 위에 테이프를 감아 마무리를 하고 움직였다.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낮엔 움직이고 밤엔 숨어있고를 몇번 반복을 하다가 나이 많은 어른과 만나게 되었다. 장갑차를 타고 있던 그는 학생인 코우지마와 모모이를 보호하기 위해 파에 태웠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고마움과 불신이 가득해 코우지마는 자신이 좀비에게 물린 사실을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리고 가거나 자신을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좀비에게 물리고도 멀쩡한 것이 대단하다며 그는 코우지마의 팔을 임시로 치료를 해주며 음식도 나눠주고 심지어 코우지마에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운전까지 가르쳐주는 자상함을 보였다. 그런 행동에 코우지마도 모모이도 점점 기대게 되었고 마음을 열게 되었다.
그런 짧은 행복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일까. 코우지마는 저도 모르게 함께하는 사람들을 보고 입맛을 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모이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어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자신을 꾸짖었지만 함께한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반응을 한 것을 보고는 깨달았다.
코우지마는 아닐 거라며 자신을 부정하는 동안 셋은 혹시나 사람이 있을까 싶은 어느 건물에 도달했다. 차 시동 소리에 근처에 있던 좀비가 튼튼한 장갑차를 뚫지 못해 그냥 넘어가나…. 했던 상황을 지나 나와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한 마리의 좀비가 달려든 탓에 함께했던 사람이 좀비에게 물리고 만 것이다. 코우지마와 다르게 바로 반응을 보이던 그는 코우지마와 모모이를 최대한 떨어뜨려 놓고 겨우 남은 제정신으로 날카로운 칼로 제 몸을 찔렀다.
멀리서 자신과 다르게 바로 반응을 지켜보던 코우지마는 점점 불안해졌다.
자신 역시 면역이라든가 내성이 있는 것이 아닌 더디게 점점 좀비가 되어 가는 것이라고.
이렇게 되면 언젠가는 제 입으로 모모이를 좀비로 만들어버릴지도 몰라.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제 옆에서 자신을 의지하는 모모이를, 제 입으로 문다.
이유도 모른 체 그저 떨고 있다고 자신의 손을 잡아주며, 본인도 무서워하면서 무리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달래주는 얼굴을 본 순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사츠키. 내가 꼭 지켜줄게.”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은 모모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옆에 있던 쇠파이프를 꺼냈다. 분명, 좀비에 물린 자신을 무서워할 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을 거라 생각된다.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자신이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공포.
그런 모모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좀비에게 물렸지만 멀쩡한, 아니 멀쩡했던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움직이지만 발걸음 소리에 다가오는 좀비들을 발견했다. 어쩔 수 없었다.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쪽으로 던졌다. 계단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하실로 굴러가는 쇠파이프 소리에 바로 옆에 있던 좀비부터 다른 곳에서 기웃거리던 좀비들이 빠르게 달려갔다.
놀란 모모이가 소릴 지르지 않게 꼭 끌어안았다. 끌어안으면서 모모이 몸에서 나는 냄새에 코우지마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주변에서 들리는 좀비들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좀비들이 지하실로 몰려간 지금이 기회다. 모모이를 품에서 놔주고 주변을 살피면서 걸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 다음에 좀비들을 몰 곳을 찾으면서 겨우겨우 건물 밖으로 나왔다. 차 주인이었던 좀비의 시신이 바닥에 쓰려져 있었다. 살아있나 확인을 하면서 혹시 몰라 라이터를 켜서 불태웠다. 고등학생 둘이 다닌다고, 나중을 대비해 운전까지 가르쳐줬던 친절했던 사람이었기에. 짧은 묵념은 잊지 않았다.
“차에 타, 사츠키.”
코우지마가 손을 놓자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탔다. 코우지마는 뒤창을 통해 트렁크에 실린 물건들을 확인했다. 각종 통조림과 여유분의 기름.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는 곧 꺼져가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늘 생각했듯 별생각 없이 여러 메시지 중 가장 최근 메시지를 확인했다. 모모이의 친구인 아오미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아래엔 메시지 내용과 시간. 다행이다. 연락이 닿았다.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 살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살아있냐.]
그 문장에 답을 했다.
[어디야?]
그렇게 메시지를 주고받고 곧 꺼져버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정신 차려야 한다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먼지의 냄새가, 맛이 느껴진다.
운전석으로 다가가 올라탔다.
장갑차라 어느 정도는 튼튼하니 괜찮을 거라고 차 문을 닫았다. 조수석에 앉아 반쯤 감긴 눈으로 운전하려니 모모이가 물을 건넨다.
“코우지마 선배.”
“응, 고마워, 사츠키. 아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들어왔어. 다이키한테.”
“정말요? 다행이다… 다이짱 살아있었구나.”
“응. 안전지대 쪽에서 그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니까 우리도 합류하자.”
“맞아요! 의사들도 있으니까 코우지마 선배를 치료해줄 사람도 있을 거예요!”
안도하는 모모이를 보고 가는 길이 멀어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고 지도를 꺼내 보며 잠시 눈 좀 붙이라고 했다. 괜찮다고 말을 하니까 알겠다며 위치를 확인하고 지도를 모모이쪽으로 건네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 시동 소리에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차 안에 들어온 이상 안전하다고 느껴졌는지 좀비들을 우습게 보고 기어를 변경한 후, 액셀을 꽉 밟았다.
살기 위해 익숙해져 버린 운전이라 거칠게 주행을 했지만 그게 익숙한 듯 모모이도 코우지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차 안은 정적. 코우지마는 운전을 하다가 팔이 아픈지 삐끗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었다. 그때만 서로에게서 웃음소리가 나는듯했지만 멍하게 창밖을 보고 있던 둘은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곁눈질로 피곤했는지 눈이 반쯤 감긴 모모이를 보고 다시 창밖을 본다.
주변에서 가깝게 들리던 좀비들의 소리가 점점 멀어져 무너진 건물 몇 개를 지나 숲이 나오는 동안 잠이 든 모모이를 몇 번씩 곁눈질로 보던 코우지마는 창밖으로 보이는 누군가를 보고는 조심히 차를 세웠다.
땀에 젖은 앞 머리카락을 그제야 뒤로 넘기며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오랜만 다이키.”
“아, 그래. 사츠키는.”
“조수석에서 자고 있으니까 조용히 데려가. 아. 그리고 이 차. 필요할 때 써라. 장갑차라 튼튼해. 비상식량도 들어있고 기름은…. 어느 정도 있으니까 장거리 시엔 기름은 보충해두는 게 좋을 거야.”
“너도 같이 들어가야지.”
아오미네의 말에 코우지마는 일단 차 문을 닫고 차 키를 아오미네의 상의 주머니에 넣어줬다. 그리고는 일단 가자며 말하니 알겠다며 모모이를 안은 체 아오미네가 앞장섰다. 그동안 어떻게 버텼냐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무언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둘러다 보았다. 아오미네는 그저 좀비들이 있나 확인을 하는 거겠지 싶어 그냥 넘겼다. 그리고 뒤늦게 모모이를 좋아하는 그가 어째서 자신에게 모모이를 맡겼는가에 대해 깨닫는 순간 코우지마는 어느 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큰소리를 내면 주변에 있는 좀비들이 알아차리니까 그저 코우지마를 따라 걸었다.
코우지마를 따라가다 도착한 곳은 안전지대와 정반대 쪽에 있던 절벽이었다.
“너…….”
“여태까지 사츠키때문에 넘겼지만 나, 너보다 형이다.”
“뜬금없이 그걸!”
“조용히 해. 근처에 좀비 있어.”
“아니 지금이라도 빨리 가자고. 더 어두워지면 좀비들은…”
“이거 볼래?”
코우지마는 팔에 감겨있던 테이프를 나이프로 잘라 소리가 나지 않게 뜯었다. 그 안에 있는 피가 묻은 붕대를 보니 점점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아오미네는 그만 하라고 말했지만 못 들은 척 붕대를 다 풀어냈다.
누군가가 물었다는 증거인 이빨 자국. 안 그래도 뭉쳐야 할 시기에 제정신인 사람이 사람을 물 리가 없었다.
“너… 물렸냐.”
“사츠키가 미안해하더라. 솔직히 사츠키가 아니어도 그런 상황에선 남자가 여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는 게 정상 아니겠어?”
“언제 물렸는데.”
“한 일주일 정도. 처음엔 내가 물리고 나니까 일행들이 버리고 도망갔고. 자기 때문에 물렸다고 사츠키는 미안해하면서 옆에 붙어있었어.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멀쩡하길래 뭔가 했지. 그러다 둘이서 낸 결론은 나에게 면역력이 있구나. 하고 그렇게 함께 다녔거든?”
코우지마의 머리카락이 절벽 위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살랑거렸다. 시원한 바람에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신 팔은 빠른 속도로 욱신거렸다.
“그런데 어제부터 사츠키만 보면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지고 있더라. 더디게 좀비가 되어가는 것뿐이었어.”
“야.”
“진짜 정말 다행이다. 너랑 연락이 닿아서. 사츠키가 계속 걱정했었어.”
코우지마는 아오미네쪽으로 다가갔다. 정확히 말하면, 아오미네에게 안겨 잠든 모모이쪽으로. 아오미네는 아무 말도 못 한 체 시선을 모모이 쪽으로 옮겼다.
자고 있던 모모이의 손이 코우지마의 손에 의해 위로 올라간다. 소중한 것을 들듯 조심스럽게 잡는다. 코우지마에겐 당연히 모모이는 소중했기에.
“사츠키.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슬프긴 하지만…널 좋아할 수 있어서 기뻤어. 언제나 곁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 널… 좋아해. 지금도. 앞으로도.”
코우지마는 자는 모모이가 듣지 못할 고백을 했다. 본인이 듣지 못했는데도 만족한 듯 웃으며 손을 놓았다. 근처에 있던 절벽 근처로 다가갔다. 높은 곳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코우지마는 절벽 아래 쪽을 내려다보았다. 절벽 쪽으로 파도에 이끌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좀비였던 시체들을 보고는 아오미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두려움에 가득한 눈이 아오미네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고 있지만 사츠키한텐 보여주기 싫거든? 나 총소리로 녀석들 유인할 거니까 빨리 사츠키 데리고 안전지대로가. 사츠키한텐 난 날 기다리고 있을 내 팬들을 구하러 갔다고 이야기해주고.”
“그런 소리 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바람 좀 쐬고 정신 차리면 안전지대 쪽으로 와라. 그… 문앞에서 날 부르면 문 열어줄 테니까.”
“하하하. 고맙다.”
멋쩍게 웃는 소리에 아오미네는 울컥해서 괜히 소릴 지르려다가 멈칫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는 몸을 안전지대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모이의 얼굴을 확인하려던 코우지마의 손이 아오미네의 어깨 쪽으로 다가왔을 때 아오미네는 자는 모모이를 안고 뛰었다.
눈은 점점 멀어지는 아오미네의 등을 보면서 코우지마는 멋쩍은 듯 웃으며 아오미네를 잡으려던 손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어떻게든 할 일을 만들어주었다.
두 사람이 작아질수록 속에서부터 울컥하면서 뭔가 올라오려는 것 같았다.
“아. 멀어진다. 안녕. 사츠키.”
네가 살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 너무 기뻐.
중얼거리고는 다리에 차고 있던 총집에서 총을 꺼냈다. 총알 수는 다섯. 좀비가 되기 직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일. 풀숲 사이로 사라진 모모이를 품에 안은 아오미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코우지마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고 울기 시작했다.
무섭다. 죽기 싫다. 하지만 좀비가 되는 건 더 싫다. 좀비가 되어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다면 다행이지만 저도 모르게 모모이를 좀비를 만들까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그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또다시 흐릿해지는 눈앞에 손등으로 벅벅 닦았지만 물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지는 것이 눈물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설마. 안된다. 버텨야 한다. 눈을 벅벅 닦았던 손으로 제 뺨을 세게 때렸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근처에 있던 좀비들이 아오미네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갔다. 눈앞에서 지나가도 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좀비에게 들킬 이유가 없었다.
운동을 한 사람이니 가볍게 좀비 사이를 지나 천천히 걷다가 주변에 좀비가 없는 걸 깨닫고 다시 달려갔다.
그러다 아오미네 품에 있던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모모이가 눈을 살짝 뜨는데 눈가에 맺힌 눈물이 떨어지면서 공중에서 흩어져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오미네는 그걸 모르고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근처 안전지대에 도착했을 때 절벽 쪽에서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뒤에 이어 좀비들의 소리에 아오미네는 빠르게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갔다.
모모이는 문이 닫히자 아오미네의 옷을 부여잡고 참았던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코우지마의 이름을 부르며 아오미네 품에 안기니 아오미네는 더는 이어지지 않는 총성을 귀로 쫓으며 말없이 등을 토닥여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 상황에서 사과한다고 받아주고 부정을 하며 화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저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해줄 뿐이었다.
